읽는 법은 「아이 노스 비드리오스」. 뜻은 「또 봐」「나중에 봐」, 그냥 헤어질 때 하는 인사예요.
그런데 vidrios는 사전을 찾아보면 「유리」라는 뜻입니다. 인사말 한가운데에 유리가 박혀 있는 거예요. 오늘은 이 유리가 왜 여기 들어와 있는지를 끝까지 파 보겠습니다!
ahí nos vidrios 뜻 ― 「또 봐」에서 동사 하나만 유리로 갈아 끼운 인사
”ahí nos vidrios(발음: 아이 노스 비드리오스【관용 표현】)”는 「또 봐」「나중에 봐」「그럼 이만」에 해당하는, 멕시코를 중심으로 쓰이는 작별 인사입니다.
이 표현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행어가 아니라, 스페인어권 각국의 학술원들이 함께 만든 중남미 어휘 사전 Diccionario de americanismos(ASALE, 2010)에 정식으로 실려 있는 말입니다. 사전이 vidrio 항목 아래에 이렇게 적어 두었습니다.
vidrio
● a. ǁ ahí nos ~s. fórm. Mx, Gu, Ho, Ni, CR, Co, Ec, Pe, Bo. juv. Se usa como despedida. fest. (nos vidrios).
b. ǁ nos ~s. Ni, CR, Ec, Pe, Bo. juv. ahí nos vidrios.한국어역:
● a. ǁ ahí nos vidrios. 정형 표현.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젊은 층의 말. 작별 인사로 쓴다. 장난스러운 말. (=nos vidrios)
b. ǁ nos vidrios.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젊은 층의 말. ahí nos vidrios와 같음.
뜻풀이는 「Se usa como despedida(작별 인사로 쓴다)」 딱 한 줄뿐입니다. 유리에 대한 설명은 한 글자도 없습니다.
대신 그 앞뒤에 붙은 약호가 이 표현의 성격을 거의 다 말해 줍니다.
사전이 ahí nos vidrios에 붙여 둔 표시들
●fórm.(fórmula)⇒ 뜻을 조립해서 쓰는 문장이 아니라, 통째로 굳어진 인사말이라는 표시
●juv.(juvenil)⇒ 젊은 층이 쓰는 말이라는 표시
●fest.(festivo)⇒ 장난기·농담기가 들어간 말이라는 표시
●Mx, Gu, Ho, Ni, CR, Co, Ec, Pe, Bo ⇒ 멕시코·과테말라·온두라스·니카라과·코스타리카·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볼리비아
⇒ 정리하면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에서, 젊은 층이, 장난스럽게 쓰는 작별 인사」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fest.(장난스러운 말)이에요.
이 표시가 붙었다는 건, 이 말을 듣는 사람이 「아, 지금 나한테 장난친 거구나」라고 알아듣는다는 뜻이에요. 뜻은 평범한 「또 봐」인데, 말투만 농담인 거죠!
사전이 같은 표현을 두 군데에 실어 둔 이유
재미있는 건, 이 사전이 ahí 항목에도 똑같은 표현을 한 번 더 실어 두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실제로 자주 쓰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ahí
● c. ǁ ~ nos vidrios. fórm. Mx, Gu, ES, Co, Pe, Bo; Ho. juv. Se usa a modo de despedida. pop.한국어역:
● c. ǁ ahí nos vidrios. 정형 표현. 멕시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온두라스. 젊은 층의 말. 작별하는 방식으로 쓴다. 서민적 구어.
이쪽에는 pop.(popular=서민적인 구어)라는 표시가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즉 이 말은 「젊고, 편하고, 격식이 없는 자리」의 언어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서류·회의·처음 만난 어른 앞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짧게 줄인 «Nos vidrios»도 있다
위 인용에서 보셨듯이, 앞의 ahí를 떼고 «Nos vidrios»라고만 하기도 합니다. 사전은 이 짧은 형태를 니카라과·코스타리카·에콰도르·페루·볼리비아에서 확인했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한국어로 치면 「그럼 나중에 봐」에서 「그럼」을 떼고 「나중에 봐」만 남긴 것과 같은 축약입니다.
왜 하필 「유리」일까 ― 뜻이 아니라 「소리의 틀」이 같아서
여기서부터가 이 표현의 진짜 재미입니다.
스페인어판 위키낱말사전은 ahí nos vidrios의 어원을 이렇게 한 줄로 적어 놓았습니다.
Etimología:Compuesto (cruce) de «ahí nos vemos» y «vidrios».
한국어역:어원. 「ahí nos vemos」와 「vidrios」가 교차(cruce)해서 만들어진 합성.
※참고·인용「Wikcionario, «ahí nos vidrios»」
즉 원래 문장은 ”ahí nos vemos”(그럼 거기서 보자 = 또 봐)였고, 거기서 동사 vemos 자리에만 vidrios를 쑤셔 넣은 것이 오늘의 표현입니다.
바꿔치기가 일어난 자리
ahí nos vemos ⇒ 「그럼 (거기서) 우리 서로 보자」= 지극히 평범한 작별 인사
↓ 동사 자리에 엉뚱한 명사를 끼워 넣는다
ahí nos vidrios ⇒ 문장으로는 말이 안 된다(「그럼 우리 서로 유리」…)
⇒ 말이 안 되는데도 모두가 알아듣는다. 그게 이 표현의 전부
네, 없어요. 그리고 그게 정답이에요!
여기서 vidrios가 하는 일은 「vemos와 비슷한 소리를 내 주는 일」 하나뿐이에요. 유리라는 의미는 문 앞에 벗어 두고 소리만 들어온 셈이죠.
그런데 「비슷한 소리」라고 하면 좀 막연합니다. 두 단어의 발음 정보를 나란히 놓아 보면, 이 바꿔치기가 꽤 정확한 계산 위에 서 있다는 게 보입니다.
vemos[ˈbe.mos]/vidrios[ˈbi.ðɾjos]
①첫소리가 같다 ⇒ 둘 다 「ㅂ」 소리로 시작(스페인어에서 v와 b는 같은 소리)
②음절 수가 같다 ⇒ ve-mos / vi-drios, 둘 다 2음절(drios는 한 음절로 뭉친다)
③강세 자리가 같다 ⇒ 둘 다 첫 음절에 강세(VE-mos / VI-drios)
④끝소리가 같다 ⇒ 둘 다 -os로 끝난다
⇒ 가운데만 다르고 바깥 틀이 네 겹으로 맞아 있다. 그래서 문장에 끼워 넣어도 리듬이 안 무너진다
이렇게 소리는 닮았는데 뜻은 완전히 다른 두 단어를 일부러 붙여 쓰는 것을 스페인어 수사학에서는 paronomasia라고 부릅니다. 스페인 왕립학술원(RAE) 사전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paronomasia
f. Ret. Empleo en una frase y próximos entre sí, de dos vocablos semejantes en el sonido pero diferentes en el significado, como puerta y puerto.한국어역:여성명사. 수사학. 한 문장 안에서 서로 가까이에, 소리는 비슷하지만 뜻은 다른 두 단어를 함께 쓰는 것. 예를 들어 puerta(문)와 puerto(항구).
※참고·인용「RAE, Diccionario de la lengua española, «paronomasia»」
이름은 거창하지만, 하는 일은 우리가 아는 그것입니다. 말장난이죠.
한국어의 「언어유희」·「아재개그」와 완전히 같은 회로
한국어 화자에게 이 표현이 반가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도 매일 이걸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봐」를 「또 바나나」라고 받거나, 「미안」을 「미안하다 미역국」으로 늘리거나, 「그래」를 「그래 그래 그래프」로 받아치는 그 감각. 뒤에 붙은 바나나·미역국·그래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앞 단어와 소리가 겹친다는 이유 하나로 끌려 나온 것뿐입니다.
회로는 정말 똑같아요. 뜻이 아니라 소리로 단어를 고른다는 점에서요.
그래서 이 표현은 외울 게 없어요. 「아, 아재개그구나」 하고 한 번 웃으면 그걸로 끝이에요!
다만 한 가지가 다릅니다 ― 이건 「굳어 버린 아재개그」
한국어의 「또 바나나」는 그때그때 즉흥으로 만들어지고, 사람마다 다르게 만듭니다. 사전에 실릴 일도 없죠.
그런데 ahí nos vidrios는 다릅니다. 누가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표현 하나가 통째로 굳어서, 9개 나라에서 같은 형태로 쓰이고, 결국 학술원 사전에까지 올라갔습니다.
실려 있어요. 그것도 ahí 항목과 vidrio 항목, 두 군데에요.
농담이 너무 오래 쓰여서 더 이상 개인의 농담이 아니게 된 상태인 거예요. 우리로 치면 「빠이빠이」나 「이만 총총」처럼, 원래는 장난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인사인 말들 있잖아요. 딱 그 자리에 있는 표현이에요!
아이 노스 비드리오스 ― 발음에서 초보자가 넘어지는 3곳
이 표현의 국제음성기호 표기는 [aˈi nos ˈbi.ðɾjos]입니다. 한글로는 「아이 노스 비드리오스」가 가장 가깝습니다.
짧은 인사인데도 초보자가 미끄러지는 지점이 정확히 세 군데 있습니다.
1. ahí는 「아히」가 아니라 「아이」 ― 그것도 거의 한 덩어리로
스페인어에서 h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ahí는 「아히」가 아니라 [aˈi]=「아이」이고, 강세는 뒤쪽 í에 있습니다.
게다가 멕시코 사전(Diccionario del español de México)은 ahí 항목 첫머리에 아예 이런 주석을 달아 두었습니다.
ahí adv (En la lengua hablada se tiende a decir ái, y a veces así se escribe: áhi)
한국어역:부사. (말할 때는 「ái」라고 하는 경향이 있고, 그렇게 「áhi」로 적기도 한다)
※참고·인용「Diccionario del español de México (El Colegio de México), «ahí»」
즉 실제 대화에서는 두 글자를 또박또박 나누지 않고 「아이」를 거의 한 박자로 흘려 버립니다. 인터넷에서 이 인사를 «Ay nos vidrios»나 «Ahi nos vidrios»처럼 제각각으로 적어 놓은 것을 보게 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들리는 대로 적은 것입니다.
2. v를 영어의 V로 읽는 순간 티가 난다
가장 흔한 사고입니다. vidrios의 v를 영어 video의 V처럼 윗니로 아랫입술을 물고 발음하면 곧바로 외국인 티가 납니다.
이건 취향 문제가 아니라 RAE가 못을 박아 둔 사항입니다.
v
3. No existe en español ninguna diferencia en la pronunciación de las letras b y v. Las dos representan hoy el fonema bilabial sonoro /b/. Por tanto, no es propio de nuestra lengua articular la v como labiodental, es decir, apoyando los dientes superiores en el labio inferior, como ocurre en otros idiomas.한국어역:
3. 스페인어에서 b와 v의 발음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오늘날 두 글자는 모두 양순 유성음 /b/를 나타낸다. 따라서 다른 언어에서처럼 윗니를 아랫입술에 대어 v를 순치음으로 조음하는 것은 스페인어에 맞지 않는다.
그러니까 vidrios는 「ㅂ」으로 시작합니다. 한국어 「비」를 말할 때의 그 입 모양 그대로 들어가면 됩니다.
참고로 이 표현이 성립하는 이유 자체도 여기에 있습니다. vemos도 「베」, vidrios도 「비」로 시작하니까 첫소리가 겹쳐서 바꿔치기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3. vidrios는 다섯 박자가 아니라 두 박자
한글로 「비·드·리·오·스」라고 적어 놓으면 다섯 글자라서, 다섯 박자로 또박또박 읽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스페인어에서 vidrios는 vi-drios, 딱 2음절입니다.
뒤쪽의 -drios가 통째로 한 음절이라는 뜻입니다. i와 o가 붙어 하나의 덩어리(이중모음)로 굴러가기 때문입니다.
「비드리오스」를 굴리는 법
× 비 · 드 · 리 · 오 · 스 ⇒ 5박자. 너무 느리고 딱딱하다
○ 비-드리오스 ⇒ 2박자. 앞의 「비」에 힘을 주고, 뒤는 한 번에 미끄러뜨린다
●d는 혀끝을 이 사이에 살짝 걸치는 부드러운 소리(영어 this의 th에 가깝다)
●r는 혀끝을 한 번만 튕기는 소리(「드리」가 아니라 「드ㄹ」에 가깝게)
●전체 강세는 「비」에 ⇒ 아이 노스 비드리오스
그 두 가지만 잡으면 발음은 끝이에요!
사실 이 인사는 빠르게 던지는 맛으로 쓰는 말이라서, 또박또박 읽으면 농담의 리듬이 죽어 버려요. 「아이노스 비드리오스」 정도로 붙여서 툭 던진다고 생각하세요.
ahí nos vidrios와 ahí nos vemos의 차이 ― 뜻은 같고, 「옷」만 다르다
검색창에 「ahi nos vidrios ahi nos vemos 차이」라고 치는 분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습니다.
둘의 차이 한 줄 요약
전달되는 내용은 100% 같다. 둘 다 「또 봐」다
차이는 「어떤 옷을 입고 말하느냐」뿐이다
조금 더 뜯어보면 이렇게 갈립니다.
●ahí nos vemos
⇒ 문장으로 성립한다. nos(서로를) + vemos(본다) = 「그럼 (거기서) 서로 보자」
⇒ 누구에게나 쓸 수 있다. 친구, 동료, 이웃, 처음 만난 사람까지
⇒ 사전에 지역 표시도 나이 표시도 붙지 않는다 = 스페인어권 전역의 표준
●ahí nos vidrios
⇒ 문장으로는 깨져 있다. 동사 자리에 명사가 들어가 있다
⇒ 친한 사이에서만 쓴다. 사전 표시는 juv.(젊은 층) + fest.(장난) + pop.(구어)
⇒ 지역이 정해져 있다 =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스페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안전)
즉 ahí nos vidrios는 ahí nos vemos의 「장난 버전」입니다. 원본을 모르면 농담이 성립하지 않으니, 순서상으로도 원본을 먼저 아는 편이 좋습니다. 그 원본의 구조 ― 왜 현재형인데 미래의 인사가 되는가 ― 는 nos vemos의 뜻과 구조를 정리한 글에서 통째로 뜯어 놓았으니, 오늘 글과 나란히 보시면 이 농담이 어디를 건드린 것인지 아주 선명해집니다.
정확해요. 농담은 관계가 있어야 성립하잖아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아재개그를 던지면 웃음이 아니라 정적이 오는 것과 똑같아요. 이 표현도 딱 그 원리를 따릅니다!
그래서 나는 써도 될까? ― 초보자를 위한 안전선과 대답법
솔직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이 표현은 「알아듣기 위해」 배우는 말이지, 「먼저 쓰기 위해」 배우는 말은 아닙니다.
그래도 쓰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니, 안전선을 세 줄로 그어 두겠습니다.
ahí nos vidrios 사용 안전선
●①상대가 먼저 썼다면 그때부터는 자유
⇒ 상대가 던졌다는 건 「우리 이런 말 해도 되는 사이」라고 선언한 것
●②이름을 부르며 웃을 수 있는 사이에만
⇒ 같이 밥 먹은 적 있는 친구·동기·동네 사람 정도가 기준선
●③처음 만난 사람, 손윗사람, 업무 자리에서는 쓰지 않는다
⇒ 이때는 원본인 «Nos vemos»나 «Hasta luego»로. 손해 볼 일이 전혀 없다
③에서 말한 그 안전한 기본값이 궁금하시다면, hasta luego의 뜻과 발음을 정리한 글을 보시면 됩니다. 저 표현은 동사가 아예 들어 있지 않아서 상대가 누구든 형태가 한 번도 바뀌지 않는, 초보자에게 가장 안전한 작별 인사입니다.
누가 나에게 «Ahí nos vidrios»라고 하면 뭐라고 받을까?
당황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내용은 그냥 「또 봐」이므로, 평범한 작별 인사면 무엇이든 정답입니다.
●¡Ahí nos vidrios!/¡Nos vidrios!
(그대로 되받기 = 「나도 그 농담 알아」라는 신호. 제일 점수가 높다)
●¡Nos vemos!/¡Ahí nos vemos!
(원본으로 받기 = 가장 무난하고 자연스럽다)
●¡Hasta luego!/¡Adiós!
(평범하게 받기 = 농담에 안 올라타도 전혀 실례가 아니다)
●¡Cuídate!
(「몸조심해」로 받기 = 헤어지는 인사에 온기를 한 겹 더한다)
마지막의 «¡Cuídate!»는 장난스러운 인사를 다정하게 받아치기에 특히 좋은 카드입니다. 왜 뒤에 te가 붙어 있는지, 어떤 사이에서 쓰는지는 cuídate의 뜻과 쓰임을 정리한 글에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그 순간이 아마 제일 재밌을 거예요.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그 나라의 농담을 알아듣고 같은 농담으로 받는 순간, 상대의 표정이 확 바뀌거든요. 단어를 100개 외우는 것보다 그 한 마디가 거리를 더 좁혀 줍니다!
같은 공장에서 나온 멕시코 말장난들 ― simón, nel, nelson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보겠습니다. ahí nos vidrios는 외톨이가 아닙니다. 멕시코 구어에는 「소리가 닮은 엉뚱한 단어로 갈아 끼우기」로 만들어진 말이 한 무더기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네」와 「아니요」입니다.
simón
adv (Popular) Sí, claro, por supuesto:
“—¿Estudias? —Simón, estoy en la prepa”한국어역:부사. (서민적 구어) 응, 그럼, 물론.
“—공부해? —응, 나 고등학교 다녀”※참고·인용「Diccionario del español de México (El Colegio de México), «simón»」
여기서 simón은 스페인어권에서 아주 흔한 남자 이름 Simón(시몬)입니다. 이 이름이 왜 「응」이 되었을까요? 위키낱말사전이 어원 칸에 한 단어로 답해 놓았습니다.
simón ― Etimología:Paronomasia de «sí» y «Simón». Uso: coloquial, jocoso. Antónimos: nelson, nel.
한국어역:어원. 「sí(응)」와 「Simón(시몬)」의 파로노마시아(소리 닮은꼴 말장난). 용법: 구어, 익살스러운 말. 반의어: nelson, nel.
※참고·인용「Wikcionario, «simón»」
즉 sí(응)를 말하려다가 si-로 시작하는 사람 이름 Simón으로 미끄러진 것입니다. vemos → vidrios와 완전히 같은 수법입니다.
반대편도 짝이 맞습니다. 멕시코 구어에서 「아니」를 뜻하는 nel은 이름 Nelson으로 늘어납니다.
nelson ― Etimología:Paronomasia de «nel» y «Nelson». Adverbio de negación: No. Uso: coloquial, jocoso. Ámbito: México.
한국어역:어원. 「nel(아니)」과 「Nelson(넬슨)」의 파로노마시아. 부정 부사: 아니. 용법: 구어, 익살스러운 말. 사용 지역: 멕시코.
※참고·인용「Wikcionario, «nelson»」
사람 이름 맞아요. 그래서 더 웃긴 거예요!
한국어에도 「그래」를 「그래, 그래미상」처럼 늘리는 장난이 있잖아요. 멕시코 사람들은 그걸 「응」과 「아니」에까지 해 버린 거예요. 그리고 그게 굳어서 사전에 올라간 거죠.
소리로 갈아 끼운 멕시코 구어 3종
●sí(응) ⇒ simón ※시몬이라는 이름으로 갈아 끼움
●nel(아니) ⇒ nelson ※넬슨이라는 이름으로 갈아 끼움
●(nos) vemos(또 봐) ⇒ (nos) vidrios ※유리라는 명사로 갈아 끼움
⇒ 셋 다 뜻은 버리고 첫소리만 가져오는 같은 공정에서 나왔다
그런데 우연이 아닐지도 ― 멕시코에서 vidrio는 원래 「보다」와 붙어 다닌다
여기서 조금 오싹한 우연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멕시코 스페인어 사전에서 vidrio 항목을 끝까지 내려가면, 유리 이야기 다음에 이런 관용구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vidrio
II Echar vidrio (Popular) Echar ojo, mirar, observar한국어역:
II echar vidrio. (서민적 구어) 눈길을 주다, 보다, 살피다.※참고·인용「Diccionario del español de México (El Colegio de México), «vidrio»」
멕시코 구어에서 echar vidrio는 「보다·살피다」라는 뜻입니다. 직역하면 「유리를 던지다」인데, 실제 의미는 echar ojo(눈길을 주다)와 같습니다.
다시 말해 이 지역의 말 감각 속에서 vidrio(유리)는 이미 「보는 일」과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안경알도 유리, 창문도 유리, 무언가를 통해 본다는 감각이 그 안에 들어 있는 셈이죠.
거기서 멈추는 게 좋아요. 저도 딱 그 선까지만 말씀드릴게요!
사전이 「vidrios가 보다라는 뜻이라서 이 인사가 생겼다」고 적은 적은 없어요. 어원 설명은 어디까지나 소리의 교차예요.
다만 하필 그 단어가 「보다」와도 얽혀 있었다는 건 사실이고, 그래서 이 농담이 유난히 잘 붙었을 수는 있겠죠. 외우기에도 이쪽이 훨씬 편하고요!
덤 ― 멕시코 젊은 층은 ver 대신 wachar도 쓴다
「보다」를 다른 말로 갈아 끼우는 장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중남미 어휘 사전에는 영어에서 통째로 들어온 동사 하나가 이렇게 실려 있습니다.
wachar. (Del ingl. to watch, mirar).
I. 1. tr. EU, Mx; ES, Ni. juv. Ver, vigilar, fijarse, estar una persona al tanto de alguien o de algo. (guachar; guachear; wachear).한국어역:wachar. (영어 to watch「보다」에서).
I. 1. 타동사. 미국, 멕시코;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젊은 층의 말. 보다, 지켜보다, 눈여겨보다, 누군가나 무언가를 살피고 있다.
스페인어에 멀쩡히 ver가 있는데도, 영어 watch를 데려와 wachar라는 스페인어 동사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철자도 guachar / wachear / guachear 등으로 제각각입니다.
「보다」라는 평범한 동사를 이렇게까지 여러 방식으로 갈아 끼우는 지역이라면, vemos를 vidrios로 바꾸는 일쯤은 아주 자연스러운 놀이였을 것입니다.
vidrio라는 단어 자체 ― 어원은 라틴어 vitrum, 그리고 「유리멘탈」
기왕 유리가 나왔으니, vidrio라는 단어 자체도 한 번 뜯어 두겠습니다. 여기서 얻어 가는 게 의외로 많습니다.
vidrio
Del lat. vitreum ‘objeto de vidrio’, der. de vitrum ‘vidrio’.
1. m. Material duro, frágil y transparente o traslúcido, sin estructura cristalina, obtenido por la fusión de arena silícea con potasa y moldeable a altas temperaturas.
2. m. Lámina de vidrio que se utiliza en ventanas, puertas, etc.
3. m. Pieza o vaso de vidrio.
4. m. Cosa muy delicada y quebradiza.
5. m. Persona de genio muy delicado y que fácilmente se desazona y enoja.한국어역:라틴어 vitreum「유리로 만든 물건」에서. 이는 vitrum「유리」의 파생어.
1. 남성명사. 규사를 탄산칼륨과 함께 녹여 얻는, 단단하고 잘 깨지며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재료.
2. 남성명사. 창문·문 등에 쓰는 유리판.
3. 남성명사. 유리로 만든 조각이나 잔.
4. 남성명사. 아주 섬세하고 잘 깨지는 것.
5. 남성명사. 성격이 몹시 예민해서 쉽게 언짢아하고 화를 내는 사람.
5번을 보세요. 「쉽게 상처받고 발끈하는 사람」을 vidrio라고 부른다고 사전이 적어 두었습니다.
그것도 RAE 표준 사전에 당당하게 실려 있어요.
사람이 잘 깨지는 마음을 유리에 비유하는 건 언어를 가리지 않는 감각인가 봐요. 한국어의 「유리멘탈」과 스페인어의 vidrio가 각자 따로 도착한 자리라는 게 재밌죠!
어원 쪽도 정리해 두면 기억이 훨씬 오래갑니다. 뿌리는 라틴어 vitrum(유리)입니다. 여기서 vitreum(유리로 만든 물건)이 나왔고, 그것이 스페인어 vidrio가 되었습니다.
이 뿌리는 스페인어 안에서도 가지를 뻗어 있습니다. 예컨대 vidriera는 성당에서 보는 스테인드글라스 창이고, vidriar는 도자기에 유약을 입히다입니다. 영어 쪽에도 vitreous(유리질의)라는 형태로 같은 뿌리가 남아 있습니다.
덤으로 하나 더 ― 유리가 들어간 유명한 관용구
pagar los vidrios rotos
⇒ 직역하면 「깨진 유리값을 물다」
⇒ 실제 뜻은 「남이 저지른 일의 뒤집어쓰기를 하다」(RAE 사전은 pagar el pato와 같다고 풀이)
※한국어 「독박 쓰다」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유리를 깬 사람은 따로 있는데 값은 내가 문다는 그림
초보자가 ahí nos vidrios에서 자주 하는 실수 3가지
실수 ① 「아히 노스 비드리오스」라고 읽는다
가장 흔합니다. h는 소리가 없습니다. ahí는 「아히」가 아니라 「아이」입니다.
게다가 앞서 본 대로 현지에서는 이걸 거의 한 박자로 흘려 버립니다. 「아히」라고 또박또박 발음하는 순간 두 배로 티가 납니다.
실수 ② 「유리」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
성실한 학습자일수록 빠지는 함정입니다. 「유리처럼 투명하게 다시 보자는 뜻인가?」 「창문 너머로 본다는 비유인가?」 하고 해석을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표현에는 해석할 의미가 없습니다. 사전이 적어 둔 어원은 「ahí nos vemos와 vidrios의 교차」, 그것뿐입니다. 의미를 만들어 붙이면 오히려 틀린 지식이 됩니다.
실수 ③ 배우자마자 아무에게나 던진다
가장 아플 수 있는 실수입니다. 사전이 juv.(젊은 층) fest.(장난) pop.(서민적 구어)라는 표시를 세 개나 붙여 둔 말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거래처 담당자, 홈스테이 집 어르신, 관공서 창구 직원에게 던지면 「이 사람 지금 나한테 장난치나?」가 됩니다. 그 자리에서는 원본인 «Nos vemos»나 «Hasta luego»면 충분합니다.
③번은 사실 한국어로 생각하면 절대 안 틀려요.
처음 뵙는 어른께 「그럼 이만 총총~」이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딱 그 감각 그대로 옮기시면 됩니다!
ahí nos vidrios의 뜻과 쓰임 총정리
이하, ahí nos vidrios에 대한 정리입니다.
●ahí nos vidrios(발음: 아이 노스 비드리오스)= 「또 봐」「나중에 봐」
⇒ 코어 이미지는 「ahí nos vemos의 vemos만 유리로 갈아 끼운 장난」
⇒ 중남미 어휘 사전(ASALE)은 fórm.(굳은 인사말) / juv.(젊은 층) / fest.(장난) / pop.(구어)로 표시
⇒ 사용 지역은 멕시코를 중심으로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니카라과·코스타리카·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볼리비아
●왜 vidrios인가 ⇒ 뜻이 아니라 소리로 고른 단어. ①첫소리가 같은 ㅂ ②둘 다 2음절 ③둘 다 첫 음절 강세 ④둘 다 -os로 끝남
⇒ 이런 말장난을 스페인어 수사학에서 paronomasia라고 부른다
⇒ 한국어의 언어유희·아재개그와 완전히 같은 회로. 다만 이쪽은 굳어져서 사전에까지 올라간 농담
●발음 ⇒ ①ahí의 h는 무음(「아히」×, 「아이」○) ②v는 영어 V가 아니라 ㅂ ③vidrios는 5박자가 아니라 2박자(vi-drios), 강세는 「비」
●ahí nos vemos와의 차이 ⇒ 뜻은 완전히 같고, 격식만 다르다
⇒ ahí nos vemos=누구에게나 OK / ahí nos vidrios=친한 사이에서만
●대답 ⇒ «¡Ahí nos vidrios!»로 되받으면 만점. «¡Nos vemos!» «¡Hasta luego!» «¡Cuídate!»로 평범하게 받아도 전혀 실례가 아니다
●같은 계열 ⇒ sí→simón(응), nel→nelson(아니). 둘 다 사람 이름으로 갈아 끼운 파로노마시아
⇒ 참고로 멕시코 구어에서 echar vidrio는 「보다·살피다」. 유리는 원래부터 「보는 일」과 얽혀 있었다
●단어 자체 ⇒ vidrio는 라틴어 vitrum(유리)에서. RAE 사전에는 「쉽게 상처받고 발끈하는 사람」이라는 뜻까지 실려 있다(=유리멘탈)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이건 왜 이런 뜻이지?」를 계속 묻게 되잖아요. 그런데 오늘 표현의 정답은 「이유 같은 건 없다, 그냥 웃기려고」였어요.
그 대답이 나오는 순간이 저는 제일 좋아요.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그냥 재미로 말을 굴려 봤다는 흔적이니까요. 오늘 배운 거, 친해진 친구에게 한 번 던져 보세요!
스페인어 작별 인사들을 상황별로 한눈에 비교하고 싶다면 스페인어 작별인사 총정리 글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Asociación de Academias de la Lengua Española, Diccionario de americanismos(2010) – «vidrio»(https://www.asale.org/damer/vidrio)」
「Asociación de Academias de la Lengua Española, Diccionario de americanismos(2010) – «ahí»(https://www.asale.org/damer/ahí)」
「Asociación de Academias de la Lengua Española, Diccionario de americanismos(2010) – «wachar»(https://www.asale.org/damer/wachar)」
「Real Academia Española, Diccionario de la lengua española – «vidrio»(https://dle.rae.es/vidrio)」
「Real Academia Española, Diccionario de la lengua española – «paronomasia»(https://dle.rae.es/paronomasia)」
「Real Academia Española y ASALE, Diccionario panhispánico de dudas – «v»(https://www.rae.es/dpd/v)」
「El Colegio de México, Diccionario del español de México – «vidrio»(https://dem.colmex.mx/Ver/vidrio)」
「El Colegio de México, Diccionario del español de México – «ahí», «simón»(https://dem.colmex.mx/Ver/ahí)」
「Wikcionario – «ahí nos vidrios», «simón», «nelson», «vidrios»(https://es.wiktionary.org/wiki/ahí_nos_vidrios)」